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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상대주의의 의의와 한계/김효진
동보연 2007-07-06 11:43:31

(다음은 "개를 위한 변명"이란 책을 읽고 김효진님이 “문화상대주의의 의의와 한계”를 정리한 글입니다.)

문화상대주의의 의의와 한계

다음은 남유철 박사가 저술한 『개를 위한 변명』의 2장, “문화상대주의와 보신탕 옹호론자들의 오해”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20세기에 대두된 문화상대주의 논리는 “서구사회의 가치 기준에서 타 문화권을 인식하기보다 각 문화권의 특수성을 선입견 없이 받아들이고 이해하려는 노력이었다.”

“하나의 철학적 관점인 문화상대주의는 20세기 들어 국제적인 논란에 휩싸이게 된다. 2차대전 직후, 유엔은 홀로코스트와 같은 반인륜적 범죄를 방지하고 보다 향상된 국제 인권의 기준을 제시하기 위해 ‘국제인권선언’을 채택하려 했다. .... 하지만 소련을 중심으로 한 공산권과 중동 국가들은, 국제인권선언이 유럽과 미국의 자본주의적이고 자유주의적인 정치 철학과 기독교적 가치를 범세계적인 ‘보편적’ 가치로 전제하고 나아가서 이를 국제적 윤리로 강요하려 한다며 비난을 퍼부었다. 이 때, 반론의 철학적 논리로 동원되었던 무기가 바로 문화상대주의였다.”

“서로 다른 문화권에 다양하고 상이한 가치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는, 왜 그러한 가치가 지속되고 옹호되어야 하는지를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 결국 문화상대주의는 현재의 상황을 무조건 정당화하는 자기 모순의 함정에 빠지게 된다.”

예로 회교지역의 “일부다처제의 전통은 과거의 어느 시점에서 현재까지 지속된 어떠한 현상에 대한 사실적 설명일 뿐이다. 따라서 그러한 사실은 일부다처제가 왜 지속적으로 존재해야하는지를 당위적으로 설명하는 설득력 있는 논리적 전개가 될 수 없다.

물론, 하나의 행위가 ‘전통’으로 지속되어 온 데에는 어떤 역사적 문화적 원인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도덕적 관점에서 성찰할 때는, 그것이 과연 오늘의 시점에서도 정당한가가 중요하다.”

“물론, 우리는 상이한 문화권에서 발견되는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또한 다른 문화권의 전통과 고유 문화에 대해 원칙적으로 존경과 예의를 갖추어야 한다. 다양한 문화권과 사회는 각각 서로 다른 역사와 지정학적 환경에 속해 있기 마련이다. 따라서 여러 가지 환경과 배경에 대해 고려하지 않은 채, 단순히 어떤 행위나 전통에 대해 ‘옳다’, ‘그르다’ 또는 ‘우월하다’, ‘열등하다’고 평가하는 것은 섣부른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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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바탕으로 “문화상대주의의 의의와 한계”를 정리해보겠다.

문화상대주의가 의의가 있다면, 상이한 문화권에서 발견되는 문화적 차이는 대체로 각기 다른 기후, 지리, 풍토 등의 환경과 역사에 기인한 것이기 때문에, 타문화권의 전통과 고유문화에 대해서는 기본적인 예의를 갖추어야 하며 어느 민족이‘우월하거나 열등하다’고 말해서는 안되고, 소수민족의 자율과 전통도 존중해야 한다는 점에 있다.

이 논리는 서구사회의 가치 기준으로 타 문화권을 인식하기보다 각 문화권의 특수성을 선입견 없이 받아들이고 이해하려는 노력에서 출발했으며, 여전히 패권주의를 휘두르는 미국의 현 지배세력과 타 종교를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 태도를 견지하는 경우의 기독교야말로 이 관점에서 깊이 성찰해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도덕적 관점에서 그것이 과연 오늘의 시점에서도 정당한가에 대해 성찰할 때는 더 이상 문화상대주의가 개입될 수 없다. 무조건 과거에서부터 존재해왔거나 고유의 문화라는 이유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존재해야 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다만 지속되고 있는 현상이 어떠한 환경조건과 역사 때문에 생긴 것인지, 어떤 굴곡을 거치며 유지되어 왔는지에 대해 살펴보는 것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극복해나가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므로 현재의 시점에서 어떤 문화나 습속의 도덕적 가치판단을 할 때는 문화상대주의가 큰 의미가 없으며, 꽤 많은 경우에 그 문화나 습속으로부터 혜택을 받는 사람들의 합리화 도구로 사용되곤 했다는 것을 각 나라의 예를 통해 확인해보자.

* 우리나라에서 70년대 박정권이 자신의 유신정치를 ‘토착적 민주주의’니 ‘우리식 민주주의’라고 선전한 것이야말로 권위주의 정치를 문화상대주의로 옹호하며 합리화한 것이다.

* 여성의 음핵이나 외음부를 잘라내고 봉합해버려 평생동안, 생리할 때, 부부관계 할 때, 출산할 때 상당한 고통을 받아야 하고, 투표권은 물론 없고, 심지어 성폭행을 당해도 오빠에게 총살당해야 하는 일부 무슬림 문화권 여성에 대한 차별문화를 반대해서는 안될 것인가? 지금도 그 사회의 지배계급인 남성들은 그것들이 고유의 문화라며 문화상대주의를 여성들을 지속적으로 억압하는 수단으로 삼고 있을 것이다. 또한 많은 무슬림 여성들도 그 논리에 세뇌 당해 자신들의 성차별문화가 고유의 문화이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스스로 믿고 있을 것이다.

마치 우리나라에서 개의 특성을 잘 아는 애견인들조차 개고기를 먹는 것이 고유의 문화라며 존중받아야 한다는 문화상대주의 논리에 세뇌 당해 있는 경우가 흔치 않는 것과 같다. 다른 문화권에서 무슬림 문화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우리들은 그 무슬림 문화의 모든 것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고, 그 중 극도의 성차별 문화로 인한 여성들의 고통을 가슴 아파 하는 것이며, 자신들의 성차별 문화를 타파하기 위해 노력하는 무슬림 여성들과는 연대할 수도 있는 것이다.

* 프랑스의 거위 요리에 대해서도 세계동물보호단체(WSPA) 등은 '세계에서 가장 잔인한 음식'이라고 규정,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는데, 이런 운동에 대해 프랑스인들이 문화상대주의를 내세워 분개하고 있지는 않다. 이제 EU에서 그 거위 요리는 퇴출 직전이라고 한다. 거위 요리는 개고기만큼 보편화되지 못해서 일국의 음식문화라 할 수 없고 그래서 서로 다르게 대접받아야 할 것인가?

* 영국의 여우사냥은 사냥꾼이 말을 탄 채 수십 마리의 개를 동원해 여우를 쫒다 사냥개가 여우를 물어 죽이게 하는 것으로 영국 귀족들의 전통적인 오락인데, 그 잔인성 때문에 비난을 받아왔다. 오랜 논란 끝에 2005년 2월부터 개를 동원한 여우, 사슴, 토끼 사냥이 금지되었다. 농촌주민들은 ‘여우사냥이 농작물과 가축을 해치는 골칫거리를 해결하는 동시에, 관광수입까지 올릴 수 있는 일석이조의 돈벌이로 이를 금지한다면, 농가 수입이 줄고 시골 학교와 병원도 재정난으로 문을 닫게 될 것’이라고 금지를 반대해 왔었다고 한다.

* 스페인 사람들이 야만적인 투우에 열광한다고 그 사람들을 야만인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가 어릴 적 투우가 나오는 티비 화면을 보고 덩달아 재미있어 했다면, 그건 ‘야만적’ 문화가 의식을 마비시키기 때문이다. 이제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도 투우금지법안이 제정되었다.

중동의 일부다처제나 여성의 성욕을 억제하고 남성에 복속시키려는 폐습은 전쟁으로 과부가 많아지자 생긴 문화이고, 남미의 투우는 목축의 신에게 제사를 드리던 의식으로 출발했다고 한다. 우리는 타 문화권에 대해서도 관심 갖고 그들 나름의 문화가 어떻게 형성된 것인지 이해해 볼 필요는 있다. 그러나 그 유래가 어찌되었는지가 지금의 정당성을 뒷받침해 줄 수는 없으며, 현재의 상황에 맞지 않는 경우에는 오히려 과거와 현재는 상황이 판이하게 달라졌다는 것을 웅변해줄 뿐이다.

우리 개고기의 유래와 전통이 어찌되었는가도 마찬가지고, 그것이 의미가 있다면, 보릿고개 넘기기 어려운 시절 어쩔 수 없이 잡아먹었던 상황과 먹을 것이 넘쳐나 맹신적 보신문화로 바뀐 지금은 많이 다르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는 6.25 전쟁 전후 힘들었던 시절에 개를 잡아먹는 일이 많아졌고 그 이후 상업화의 길을 걸으며 점차 확산되고 보신탕이 몸에 좋다는 맹목적 믿음까지 널리 유포된 것이다.

나이 많으신 어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개를 잡는 것은 극히 일부에서 있던 일로 ‘무슨 전래 습속이냐, 개는 잡아먹는게 아니라고 했다’는 말씀들을 하시고, ‘개를 잡아먹은 집에 불상사가 생기면, 기르던 개를 잡아먹어 벌을 받은 거라고 마을 사람들이 손가락질을 했다’는 얘기를 80 넘은 할머니로부터 듣기도 했다. 오히려 우리에게는‘정을 주는 동물은 먹지 않는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이다. 이런 사정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먹을 것이 풍족한 오늘날에까지 굳이 개를 먹어야하는 이유를 찾을 수 없으며, 더욱이 개를 축산동물로까지 만든다는 것은 동물을 단순한 먹거리로 경시하지 않았던 선조들을 욕보이는 일이 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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