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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식용 반대는 한국의 전통사상에 근거를 두고 있다/최성희
동보연 2007-07-06 11:41:56

(다음은 최성희님의 글입니다.)

개식용반대는 한국의 전통사상에 근거를 두고 있다.

현재 개식용을 주장하는 민속학자나 개식용 옹호론자들은 개식용이 한국의 전통문화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동양엔 오래 전부터 노장의 도가사상에 기반을 둔 무위자연, 불교의 측은지심에 바탕을 둔 불살생의 정신과 문화가 오랫동안 그리고 21세기에 이른 지금도 여전히 이어내려 오고 있습니다.

이는 서구의 과도한 자연착취적인 문명에 대한 반동으로 일어났던 히피 등을 비롯한 자연으로의 회귀문화와는 기원을 달리하는 점이지요. 즉 동양은 본래부터 자연과 더불어 사는 '생태론적 문화'를 지녀왔었다는 사실입니다.

일례로 동양화에는 자연을 그린 산수화가 주를 이루었으며 김홍도 등에 의한 풍속화는 근대에서 나타나지요. 반면 서양화에서 본격적으로 자연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근대이후부터이며 그림의 내용을 보면 자연을 어떻게 이용할까 하는 인간중심의 고압적인 시각이 많이 들어 있었습니다.

그에 비해 동양은 자연 속에서 사색하는 그림들이 주를 이루지요. 그 전통은 지금도 여전히 내려오고 있습니다.

'한국의 생태사상'을 요약, 분석하여 글을 올리는 것은 우리가 일제와 6.25 등의 민족의 대혼란기와 역경기를 거치면서 잃어버렸던, 그래서 마치 생태사상은 서양에서 들어온 사상인냥 둔갑시켜 개식용 불법화를 주장하는 것이 마치 무분별하게 서구문화를 추종한다는 터무니없는 '억지'를 바로 잡기 위함입니다.

하물며 그들은 개들을 대량으로 키우면 남는 음식 찌거기를 처리할 수 있으니 환경을 생각하는 '생태적'인 산업이란 본말이 전도된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결과를 해결하려고 하기보단 원인을 만들지 않는것이 '상책'입니다.

오히려 개식용 합법화를 주장하는 자들은 자신들이 그동안 얼마나 서구의 자연착취적이고 공격적인 사고에 매몰되어 있었던지를 발견하고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대규모 농장식에 의한 가축의 사육과 고기로의 이용은 바로 그들이 그토록이나 증오하는 서구문화의 산물이니까요.

이 책을 쓰신 박희병 교수는 이 책을 저술하게 된 경위를 이렇게 말씀하시고 계십니다.

"80년대에 들어와 한국의 생태적 조건은 급속도로 나빠져 갔으며, 나는 주변의 가까운 사람들이 환경오염과 인과관계가 있다고 추정되는 신체면역계의 이상으로 고통을 겪는 것을 지켜보아야만 했다.

이런 현실에 직면하여 나는 종전에 갖고 있던 생각이나 태도들을 대거 수정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생활자세는 물론이려니와, 학문의 목적과 방법도 예외는 아니었다."

혹여 아래에 거론하는 학자들에 의문을 제시하는 견해가 있을 수도 있으나, 우리가 중,고등학생 시절 국사 교과서에서 배웠듯이 이들은 당대의 내노라 하는 탑 클래스의 문인이자 사상가이며 당시 구태와 안일에 빠져있던 관리들 속에서 그 누구보다 합리적이고 현실적으로 사유하고 실천에 옮겼던, 그리하여 우리 겨레가 정말 가야할 길을 제시했던 깨어있던 학자들이었슴을 사족으로 밝혀드립니다.

"한국의 생태사상"
박희병 지음(경성대학교 한문학과 교수, 성균관대학교 한문교육과 교수 역임, 현재 서울대학교 국문학과 교수 재직)/돌베게

어린 시절 깊은 산골에서 마음껏 뛰놀게 해준 나의 부모님께.
새로운 문명과 삶을 갈구하는 모든 이들에게.
유년의 기억 속에 소리 빛깔, 냄새, 감촉으로 또렷이 존재하는
사라져 가는 아름다운 것들-메뚜기, 청개구리, 메기, 부엉이, 개미귀신, 방게,
장수하늘소, 푸른 눈을 한 왕잠자리에게 이 책을 헌정한다.

한국의 사상적 전통과 생태적 관점의 전제

한국의 전통사상은 협소한 인간중심주의를 넘어 인간과 자연, 인간과 만물이 근원적으로 동일한 존재로서 '하늘이 만물을 낳는다'(生生之理)란 이치를 바탕으로 한 만물평등과 생태적인 세계관을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또한 인간을 제외한 만물의 관점에서 인간을 봄으로써 인간의 본성과 형태를 반성하는 인간중심주의 사고를 비판하는 전통이 있습니다.

이규보의 생태사상

이규보는 12세기 고려 무신정권시대를 살았던 학자로 유, 불, 선을 두루 섭렵해 이를 재창조하기까지 한 인물입니다.

그는 사물(인간 이외의 모든 동식물을 지칭)을 인간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난 욕심없는 마음에서 볼 때 그 '진정성'을 바로 볼 수 있으며, 이는 '만물평등'의 사상으로 이어집니다. 이런 이의 관점은 그의 작품 중의 하나인 '슬견설'(이와 개에 관한 생각)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어떤 객이 이규보에게 어느 흉악한 자가 몽둥이로 개를 쳐 죽이는 것을 보았는데 마음이 아파서 앞으로는 개나 돼지고기를 절대 먹지 않겠다고 하자, 이규보는 누가 이를 잡아 화로에 태워 죽이는 것을 보고 마음이 아파 이를 잡지 않겠다고 다짐했다고 했습니다.

객이 이를 듣고 이는 미물이므로 불쌍한 마음이 든다고 하다니 나를 놀리는 것인가 하자 이규보는 "무릇 생명있는 존재는 소, 말, 돼지, 염소, 곤충, 개미에서 땅강아지에 이르기까지 삶을 사랑하고 죽음을 싫어하는 마음은 같다.

모든 생명은 각기 하늘로부터 나왔거들 어찌 큰 생물만이 죽음을 싫어하고 작은 생물은 그렇지 않다 하겠는가?

달팽이 뿔과 쇠뿔을 똑같이 보고 참새와 대붕을 평등하게 본 연후에야 우리는 도에 이를 수 있다."라고 기술하고 있습니다.

그 외 이규보의 생명존중사상은 '쥐를 놓아주다', '술에 빠진 파리를 건져주다' 라는 시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규보의 이런 생명을 존중하는 사상은 '여물의식(與物意識/물을 이웃이라 생각함)'이라 불리어 지고 있으며 특이하게도 이런 의식은 무생물인 물건에까지도 미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런 그의 생명존중의식은 고스란히 민족의 현실과 백성의 삶에까지도 이어지는 '애민사상'으로 연결되어 동국이상국집의 '동명왕편' 같은 민족의 웅장한 기상을 담은 독창적인 서사시를 낳았습니다.

서경덕의 자연철학

서경덕은 16세기를 살았던 뛰어난 자연철학자로 그의 철학은 생태주의적 문제의식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그는 자연의 순환과 인간의 윤리를 통일적으로 인식하여 자연철학에서 윤리학을 도출하였습니다.

또한 인간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욕심없는 마음으로 사물을 바라볼 때 사물의 본 모습을 볼 수 있으며 그럴 때 예술적인 흥취와 도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의 시는 철학적인 깨달음을 기반으로 하기에 '철리시'(哲理詩)라고 하는데 그 중 '이끼를 읊다'란 시에선 바위에 있는 이끼도 자연이 준 생명을 온전히 하려는 마음을 지니고 있기에 생명을 억압하거나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서경덕은 천지만물은 저마다 자기 자리가 있는데 이를 '그침'(止)라고 명하고 이것이 자연의 이치라고 하였습니다. 오늘날로 말하자면 '절제'라고 하겠습니다.
그는 이 그침에서 자연철학과 윤리학, 존재론과 도덕론의 결합을 보여주고 있으며,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기에 자연으로부터 인간 삶의 근거와 기율을 발견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렇듯 서경덕의 '그침'의 철학엔 높은 생태적 지혜가 담겨 있습니다. 이러한 화담의 생태적 시각은 백성을 도탄에 빠트리고, 환경파괴까지 초래하면서까지 석채공사를 강행했던 왕실과 과대한 분묘 장식을 일삼던 사대부에 대한 비판으로 고스란히 이어졌습니다.
이는 바로 서경덕의 자연철학이 현실과 유리되지 않고 사회적 관심과 바로 연결되는 현실철학의 힘을 갖는다고 하겠습니다.

이는 얼마전 지율스님의 도룡뇽 소송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오늘날 미물이라 무시하면서 환경훼손을 일삼은 후손인 우리들이 다시 생각해보아야 하는 점입니다.

신흠의 생태사상

신흠은 임진왜란이 있던 16세기 말에서 17세기 초의 인물로 기존의 학문과 현실이 유리되어 있던 학계(주자학)에 대단히 문제적이고도 중요한 지적, 사상적 탐구를 수행했던 인물입니다.
그는 조선시대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유, 불, 선을 두루 섭렵하여 자연철학에 기반을 둔 학문과 현실과의 유기적인 관계회복을 꾀하고 있습니다.

그는 '인간의 삶이란 나의 소유가 아니며 하늘과 땅이 잠시 맡겨놓은 형제일 뿐이다.' 라고 하여 인간중심주의를 배격하고 자연과 합일된 경지를 읊은 시들을 많이 지었습니다.
또한 '도' 즉 자연의 오묘한 이치는 욕심없는 마음으로 읽어야 보이며 사람이나 동식물, 날짐승, 길짐승 모두 자연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또한 노장사상의 미덕인 검약, 무위 등을 정치적인 현실에 연결시켜 백성에 대한 정부의 간섭을 최소화하는 '작은 정부'를 주장했습니다. 신흠의 학문에서 보여주는 진실성과 실천성, 자연과의 깊은 교감 등은 환경문제에 직면해 있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습니다.

홍대용의 생태사상

홍대용은 17세기 박지원과 더불어 북학파를 창설했던 인물입니다. 홍대용의 존재론, 인식론은 '생태적 마음'에 근거를 두고 인간과 자연, 사물과 사물, 민족과 민족의 문제를 열거하고 있습니다. 이런 그의 사상은 실옹과 허자의 비유를 통해 전개한 '의산문답'에서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허자는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고, 지구가 하늘의 중심이며, 화이론을 신봉하는 당시의 통념을 따르던 학자를 대변하며, 실옹은 허자가 갖고 있는 이런 통념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다는 관점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허자가 금수에겐 지혜가 없고 예의가 없으니 인간은 금수보다 귀한 존재하는 말에 실옹은 이렇게 말합니다. "너는 정말 인간이로구나! 오륜이 인간의 예라면 무리지어 다니며 함께 먹는 것은 금수의 예이다.
인간의 입장에서 금수 보면 인간이 귀하지만 금수의 입장에서 인간을 보면 물이 귀하고 인간이 천하다.

하늘의 입장에서 보면 인간과 금수 모두 균등하다. 도를 해치는 것은 뽐내는 마음보다 더 심한게 없다.
너는 왜 하늘의 입장에서 보지 않고 인간의 입장에서 보느냐?"

또한 인간이 화락한 삶을 영위하고 금수와 물고기가 온전한 삶을 누리며, 초목과 금석이 각기 자신을 보전할 때 태평한 세상이 된다고 규정짓고 있습니다.
홍대용의 이런 생각은 생명의 근본은 같다라는 데서 기인합니다. 그는 또한 지구는 '활물'(活物)이라 하여 살아있는 유기체적인 존재라고 하였습니다.
이는 1979년 제임스 러브로크가 주장한 '가이아 이론'과 상통하는 점으로 오늘날 점점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생태론에 기반을 둔 존재의 동일성에 대한 그의 사고는 기존의 중국 중심의 '화이관'(중국 외의 국가는 오랑캐)과 유교의 '인간중심주의사상'을 배격하고 지구상의 모든 지역이 중심이자 동시에 중심이 아닐 수도 있다는 사상을 표방하게 됩니다.
중국이 세상의 중심이 아니라는 이런 생각은 당시로서는 파격이자 불손한 것으로 간주되지요. 그러나 그는 이런 관점에서 우리나라의 독자성을 주장하게 되고
나아가 근대 민족국가의 근거를 제시하고 있는데 이는 서구의 민족주의와 전혀 다른 차원에서 출발하고 있습니다.

즉 서구의 철학은 자연에 대한 인간중심성에 기반을 두고 있기에 이는 사람에게까지 미쳐 이민족에 대한 착취와 수탈을 정당화하고 있습니다.
그에 반해 홍대용의 생태론에 근거를 둔 민족주의는 모두가 중심이거나 주변이라는 상대성, 평등성에 근거를 두고 있기에 타민족이나 자연과의 조화와 공존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때문에 서구와는 달리 제국주의로는 연결이 되지 않는 것입니다.

박지원의 생태사상

연암 박지원은 우리 국문학사에 신기원을 이룩한 인물로 기존의 한문본위의 고답체를 실생활과 긴밀히 연계된 생태적 관점을 지닌 사실주의 문학을 등장시킨 인물입니다.
그의 산문시학은 생명과 사물, 인간의 삶에 대한 깊은 관찰과 통찰을 통해 상당히 생태론적인 성찰을 담고 있습니다.

그는 '사물 쪽에서 나를 보면 나 또한 사물의 하나다. 만물 가운데 생명을 지닌 것으로 선하지 않은 것은 없다. 그 타고난 본성을 즐기고 하늘의 명을 따름은 물과 나가 다르지 않다. 하늘이 물을 낳은 어진 마음에서 논한다면 범, 메뚜기, 벌, 개미는 천지간에 사람과 더불어 생육되어야 하며 서로 어긋나서는 안된다'고 하여 존재의 근원적 동일성을 확인하면서 인간중심주의를 배격하고 있습니다.

'지극히 미미한 사물들, 이를테면 풀, 꽃, 새, 벌레와 같은 것도 모두 지극한 경지를 가지고 있지. 그러므로 이들에게서 하늘의 묘한 이치를 엿볼 수 있다'

이런 그의 생명평등사상은 인간의 탐욕, 위선을 질타한 호랑이를 등장시킨 '호질' 등의 작품에서 볼 수 있습니다.
그는 또한 사물에 대한 존중과 친화감이 없는 언어는 죽은 언어라고 하여 그런 언어 속에 사물의 본성을 가두는 것을 반대했습니다.

오늘날 우리의 예를 들자면 '개고기'라는 언어 속에 개를 가두어 개의 타고난 생명성을 박탈하는 것이 되겠지요. 이런 언어 속에 개를 가두어 두는 한 숨쉬고 살아가는 개라는 동물은 한낮 '고기'에 불과한 존재로 전락되는 것이기에 우리는 반대를 하게 됩니다.

이런 그의 차별없는 사고는 청의 문화이나 낙후된 조선 발전을 위해 배울 것은 배워야 한다는 이용후생학을 제기하기에 이릅니다. 그의 현실참여적인 사상은 바로 만물이 평등하다는 생태론적 사상에 그 기원을 두고 있습니다.

이상에서 고찰한 바와 같이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모색했던 뛰어난 우리의 선조들은 그들의 사상적 기반인 생태론에서 출발하여 결국은 백성의 고달픔을 살펴보고 국가의 독자성을 강조하는 현실참여의 학문으로 까지 나아갔습니다. 이는 기존의 주자학에 빠져 공리공론을 일삼던 학자들과는 상당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지요.

지금 서구에서 제기되는 자연친화적인 삶인 웰빙이니 요가니 슬로라이프니 하는 것들은 사실 동양에 그 사상적인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서구문명이 극단에 이른 지금 이제까지의 번다한 생활에 지친 서구인들이 정신과 환경의 휴식을 찾고 있는 셈이지요. 요즈음 한창 유행하는 웰빙밥상은 바로 우리의 전통적인 기름지지 않은 소박한 밥상입니다.
다행히 우리는 우리의 전통속에 그것도 당대의 유명한 학자들이 제시한 자연과의 조화롭고도 지속가능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이정표가 이미 마련되어 있습니다.

때문에 개식용을 비롯한 서구 문명의 폐해로 인한 모피학살, 실험동물, 공장식 축산, 동물원 동물, 공연동물 등은 마땅히 사라져야 합니다.
생명존중사상은 반 서구주의자들이 주장하듯이 서구에서 새롭게 대두된 문화도 아니고 바로 동양에서-지금은 눈을 현혹하는 산업화에 뺏겨 잠시 망각하고 있으나-그것도 바로 우리나라에서 아주 오랫동안 이어져 오던 자랑스런 우리의 전통입니다.

때문에 이제부터는 당당하게 주장해도 됩니다.
'개식용 금지'는 우리의 전통사상에 기반을 둔 '정당'하고도 '옳은' 주장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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